나는 나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공격을 받는다면 방어하라
‘일이 많아도 견딜 수 있다. 월급이 적어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가 불편한 건 참을 수 없다!’
직장이든 취미 동아리든 조직 안에서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사람 사이의 관계다. 단순히 취향이나 성격이 다른 문제라면 서로 적정선에서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혹은 나를 향한 악의를 가지고 갈등을 일으키는 건 마냥 참고만 있어서 될 일은 아니다.
상대가 상사든, 동료든 나를 위험에 빠트릴 것 같은 상황이라면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갈등 상황을 언성 높여 싸우는 것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나의 품위와 나 자신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유형별 갈등 상황에 효과적인 대처 방법이
정해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나를 공격하는 갈등유발자의 유형이 너무 다양하다는 점이다. 같은 유형이어도 상대가 상사일 때와 부하직원일 때는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다. 상대가 악의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나쁜 뜻 없이 단순히 무능한 경우도 있다. 상대방의 개인적인 상황이 나를 괴롭게 만들 수도 있다. 이토록 다양한 상황에 대한 각각의 대처 방법을 개별적으로 외워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럴 땐 다수의 갈등 상황에서 통용되는 프레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황에 맞게 조금씩 다르게 적용하기만 하면 될 테니. 그래서 러네이 에븐슨은 갈등유발자가 빠져나가지 못할 강력한 언어적 표현을 중심으로 갈등 해결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갈등유발자를 즈려밟기 위한 전략 도구로 우선 ‘언어적 도구’가 있다. ⓵ ‘나’로 시작하는 말 ⓶ 이해하고 있다는 말 ⓷ 사과하는 말 ⓸ 타협하는 말 ⓹ 합의 확인하는 말 ⓺ 관계 회복하는 말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골라서 사용한다. 언어적 도구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힐난하여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황과 감정을 먼저 설명하는 ‘나’ 중심의 대화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러네이 에븐슨이 직접 개발한 갈등 해결을 위한 5단계 프로세스다. ⓵단계: 먼저 생각하기(직접 대면하기 전 어떤 이야기를 중심으로 생각할지 시나리오를 짜는 시간) ⓶단계: 좀 더 깊이 이해하기(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⓷단계: 문제 정의하기(갈등의 핵심을 언어로 정의) ⓸단계: 최선의 해법 제안하기(자신이 관철시키고자 하는 방향의 해법을 제안) ⓹단계: 합의 이끌어내기(제안한 해법에 대해 상대가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끌기)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상대방이 도무지 어찌할 수도 없게 악인이라면 ‘36계 줄행랑’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실제로 이 책은 특정 유형의 경우 그저 피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쁘기보단 독특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유형별 대처법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 책 속으로
아만다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비키가 자신에 대해 험담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처받았다. 그녀는 즉시 비키에게 달려가 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1단계: 먼저 생각하기
아만다는 시간을 갖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찾고 나서, 비키와 껄끄러운 대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했다. 처음에는 비키와 이런 대화를 한다는 것이 겁났지만,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짜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또한 대화를 할 때 당당하고 확고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대화 과정에서 비키에게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할 때 그녀의 시선을 똑바로 봐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2단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비키, 어떤 사람에게서 들었는데, 내가 업무 능력도 수준 이하고 자기가 할 일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하던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놀랐어. 무엇보다도 비키가 나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말했다는 걸 알고 정말 상처받았어.”(‘나’로 시작하는 표현)
비키는 어색하게 표정을 바꾸더니 고개를 숙였다. 상황을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물었다.
“누가 그래?”
아만다는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대화의 초점을 흐트리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대답했다.
“누가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지. 나랑 일하는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비키는 잡아뗐다.
“아니야. 난 정말 그런 말 한 적 없어. 그런 말을 했다면 그냥 농담이었을 거야.”
3단계: 문제 정의하기
“그러니까 나에 대해서 그런 농담을 한 적은 있다는 말이네?”
아만다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그래, 농담으로 말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농담이었다고 해도 나는 속상해.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그걸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거든.(‘나’를 주어로 하는 표현) 네가 일 잘하고 똑똑하다는 건 나도 알아.(이해) 하지만 나도 뒤처지지 않아. 앞으로 나랑 계속 일할 생각이라면, 나에 대해 농담 같은 거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어쨌든 프로젝트에 우리가 동등하게 기여하고 있다는 거 잘 알잖아.”
아만다는, 대화 주제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고 하는 비키에게 휘둘리지 않고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자신의 모습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왜 속이 상했는지 이해하겠지?”
비키가 대답했다.
“알았어. 내가 그런 말을 했다면, 정말 미안해.” ---112~1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