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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김훈민, 박정호 저자 인터뷰
인문학은 딱딱하고, 경제학은 복잡하다? 어려울 것만 같은 둘이 만나 새로운 지식의 장을 펼친다. 신화에서 현대사까지, 고전에서 현대문학까지, 예술에서 철학까지, 인문학의 전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숨어 있는 경제원리를 찾아낸다. 경제학자의 색다른 프레임을 따라가다 보면 인문학과 경제학이 머릿속에 동시에 들어온다.
Q. 어떻게 인문학과 경제학을 융합할 생각을 하셨는지요?
KDI에서 경제교육 관련 업무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경제개념들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떠오른 것이 얼마 전부터 화두가 되고 있는 학문 간 ‘통섭(統攝)’이었죠. 근래에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을 강조하고 타 학문과 인문학을 연결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경제학과 인문학의 결합을 시도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외국 문헌 중에 인문학을 통해 경제학을 설명하는 책들이 몇 권 있기는 하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문학을 바탕으로 경제학을 설명하는 책은 문학작품 본문 중 경제개념이 등장하는 부분만 발췌하고, 작품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관련 개념을 그냥 쭉 설명하는 식으로 분절 구성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스토리텔링이라 보기는 어려운 거죠.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작품을 소재로 끌어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저희 둘이 이 책을 집필한 것은 셜록 홈즈, 해리 포터 등 사람들에게 친숙한 소재를 통해서 진정한 의미의 스토리텔링을 해보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Q. 경제학은 오늘날 가장 실용적인 학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실용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인문학에서 경제를 읽어내야 할까요?
케임브리지대학 최초의 경제학과 교수인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은 경제학을 ‘인간의 일상생활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197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사무엘슨(Paul Samuelson)은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 경제학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직접적으로 돈에 관련된 행위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모든 선택 행위는 경제학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것입니다. 소설가, 예술가, 철학자들은 누구보다도 예리한 시각으로 인간을 관찰하고 그것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입니다. 인문학에서 경제를 읽어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책의 서문에서도 기술했지만 노벨상 수상자들을 비롯한 경제학 분야의 대가들이 세운 여러 이론들은 이전에 없었던 것을 발명한 것이라기보다는 오랜 전부터 있어왔던 행태들을 규명해낸 ‘발견’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법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법경제학이 유행하는 등 경제학의 활용 범위는 날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제학과 인문학의 접목은 색다른 시도가 아니라 통섭 시대의 보편적 트렌드로 자리 잡으리라 생각합니다.
Q. 이 책에서는 인문학에서 경제학을 읽어낼 뿐만 아니라 둘의 접점과 현실의 접점을 다시 잇고 있는 듯합니다. 인문학에서 현실의 경제이슈를 얼마나 읽어낼 수 있나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었을 때 경제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1930년대 대공황이었습니다. 대공황의 원인과 탈출경로를 재조명함으로써 현재 위기의 해법을 찾으려 했던 것이죠. 현실의 경제현상들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반복되어온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정부의 가격통제 정책은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도 존재했었고, 작년 저축은행 사태 때 우리가 목도했던 뱅크런은 18세기 영국에서도 일어났던 현상입니다.
렌즈를 현실에만 맞추면 많을 것들을 놓칠 우려가 있습니다. 과거를 알아야 미래도 알 수 있습니다. 인문경제학적인 렌즈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복잡한 경제문제도 그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던락 은행의 뱅크런 사태]
[최근 우리나라의 저축은행 뱅크런 사태]
Q. 인문학과 경제학의 만남이라는 색다른 통섭은 다른 것들도 상상 가능하게 합니다. 계획하고 계신 것들이 있나요?
경제학은 효율성과 형평성 두 가지 측면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관점은 비단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만 국한하여 적용할 수 있는 프레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화의 과정에는 분명 주어진 상황 속에서 환경에 가장 효율적으로 적응해왔던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입니다. 또한 아마존의 정글 속 생태계에는 온갖 식물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기에 아직까지 그 형태를 유지하면서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자연계는 효율성과 형평성이 가장 조화로운 형태로 공존하고 있는 장소일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자연과학 분야 곳곳에 숨어 있는 효율성과 형평성의 원리를 소개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경제 원리를 함께 제시하는 ‘자연과학과 경제학의 통섭’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