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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출판네트워크

IT/모바일

ebook의 e는 새로운 블링크 태그인가? - 어떻게 모음 하나가 제한적인 디자인 패러다임을 만드는가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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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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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BIT

12,358

제공 : 한빛 네트워크
저자 : 브렛 맥래프린(Brett McLaughlin)
역자 : 이덕준
원문 : Is the "e" in ebooks the new blink tag?

블링크(blink) 태그를 기억하시나요? 세상에나, 기억나요. 콘텐츠와 표현 방식을, 즉 HTML과 CSS를, 다시 말해 자료와 그 자료를 화면에 보여주는 형식을 뒤죽박죽 섞어버리던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40% 할인!" 같이 다소 촌스러운 방식의 그 태그로 페이지를 장식하곤 했습니다.

그림1


웹을(그리고 심지어는 디자인 상식 중의 상식을) 이렇게 잘못 사용한걸 보면 기분이 안 좋습니다. 왜냐구요? 뭐, 그 태그 자체가 몹시 거슬린다는 건 차치하더라도, 콘텐츠를 가져오면서 그 콘텐츠를 어떻게 보여줄지까지를 수동으로 제어하는 사례의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자료("40% 할인")가 서식( 태그)에 바로 들러붙어 버린 꼴이었지요.

물론 다들 아시다시피, 개발자의 지식이 블링크 태그에만 국한되어 있었다거나, 웹 디자인과 개발의 콘텐츠-분리 모델이 막 성장하던 중이라 그리 되었을 겁니다. 요즘은 일부러 콘텐츠와 표현 방식을 웹 페이지에 계속 섞어놓는 사람은 없습니다. CSS 덕에 (조금 넓게 보면, SASS도) 스타일을 콘텐츠와 분리하기가 무척 쉽습니다.

지금은 콘텐츠와 스타일이 분리된 세련된 디자인이 곳곳에 넘쳐나는 2010년입니다. 네, 웹의 시대이지요. 저는 ebook을 보고 듣고 접해보면 접해볼 수록, 더욱더 블링크 태그를 재차 떠올리게 되네요. "ebook"이란 용어가 유용할 것이며, 지적인 대화에 아마도 필요하리라 생각하긴 하지만, "ebook"이란 단어 앞의 "e"가 앞으로 이대로 새로운 블링크 태그가 되지 않을까 싶을 뿐 입니다.

길게 끌지 않겠습니다. 쉽게 말씀 드리죠. 지금 저는 Movable Type 편집기에 입력하고 있습니다. 단어, 문장과 문단을 입력하고 있죠. Movable Type은 단어, 문장 그리고 문단(콘텐츠)을 가지고 웹 브라우저와 RSS 구독기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서식을 적용해서 Radar 블로그에 게시해줍니다.

그림2


저는 지금껏 어디에도 e-단어나 e-문장을 입력하지 않았습니다. e-문장을 다음 e-문단에서 분리하려고 e-개행을 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이게 얼마나 우스운 이야기인가요? 보세요. 전 입력하고 있을 뿐입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있단 말이죠. 꾸밈없는 옛날 방식의 가공되지 않은 콘텐츠를요. 그리고는 그 콘텐츠가 특정 형식(블로그)으로 보내지게 되지요. 만약 오라일리 출판사가 원한다면, 이 내용을 다른 글들과 함께 엮어서 책 한 권에 찍어낼 수도 있겠지요. 그 책은 그 콘텐츠가 (책이 아닌) 디지털에서 시작되었으니 ebook은 아니겠군요. 이렇게 말하는 건 애초에 콘텐츠가 인쇄물의 형식이었는데 그 다음에 디지털 방식으로 발매되었으니 디지털 방식의 책이 생겼다고 말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소리라는 겁니다.

그러면 ebook의 "e"는 왜 들어간걸까요? 예, 이름을 짓는데 관련된 사안이 좀 걸려 있습니다. 우리는 언어를 사용해야 하니까, 접착제로 제본하고 종이에 인쇄한 책과 순전히 디지털 세계에 존재하는 책을 구분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저는 편집자이자 문법학자로서 이를 이해합니다. 의사소통에는 구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서서히 ebook을 단순히 구별을 위한 말로 사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정 디스플레이 패러다임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콘텐츠가 특정 화면 폭에 특정 크기의 글꼴을 사용할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콘텐츠에 그림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가 보다 많은 그림을 원할 것이기 때문"에 그림을 넣는다고 합니다.

정말인가요?

그런 그림이 블링크 태그에 비해 그냥 보고 넘어가기 쉽기 때문에, 우리가 인터넷 역사상 아주 안 좋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건 아닌가요?

그럼 명확히 해보지요. 이 이야기는 순전히 저만의 독창적인 생각은 아니고, 베어 들이 (다시금) 하는 말입니다. ebook에서 콘텐츠-콘텐츠를 만든 후 스타일을 따로 적용해서, 디지털이든 아니든 간에 다양한 매체로 내 놓을 수 있는 콘텐츠-로 옮겨 가는 최초의 그룹/출판사/회사/개인이 승리하리라. 그들은 콘텐츠를 더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내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새로운 양식을 재빨리 적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갖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존재하지 않는" 콘텐츠를 또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림3


물론 앞으로도 계속 ebook이란 말을 쓰겠죠. 그런데 그 말이 콘텐츠의 유형을 구분하기 보다는 전시 형식이나 매체를 구분하는데 쓰이기를 바라도 될까요? 정말이지 또 다른 블링킹 태그는 반갑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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